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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봄, 교실의 두 모습'] …우정은 친구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 조선일보
관리자 2012-04-24 16:40:5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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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 딛고 전교회장 된 이석현군]
몸 불편하지만 밝고 씩씩 - 포기 모르고 싹싹한 성격, 반에서 1·2등… 인기도 좋아
친구들이 같이 뛰었다 - "너도 할 수 있어" 후보로 밀어
포스터·피켓 앞장서 만들고 휠체어 밀며 지지 호소


서울 상암고등학교 3학년 이석현군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인 8개월 때쯤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무리해서 걸으면 뼈가 뒤틀리거나, 골반이 내려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이군의 어머니는 중학교 2학년까지 아들을 등에 업고 다녔다. 오른쪽 손은 비틀려 있고, 왼손 손가락 사이에 펜을 끼워서 글을 썼다. 친구들은 이군에게 손과 발이 돼 준다. 의자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을 때 손을 잡아주고, 점심시간에는 대신 급식을 받아다 줬다.

그런 이군이 지난해 7월 상암고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평소보다 40분 먼저 학교에 도착해 교문 앞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기호 2번을 뽑아달라' 외쳤고, 점심때에는 식사도 마다하고 급식실과 매점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휠체어를 하도 타고 다녀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였다.

◇친구들이 만든 장애인 회장

이군이 장애를 딛고 전교 회장에 출마하게 된 것은 친구들 도움이 컸다. "(김)진호라는 친구는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열린 걷기 대회 때 2시간 동안 내 휠체어를 밀고 함께 발을 맞췄고, 엘리베이터가 닿지 않는 학교 옥상에서 체육 수업을 할 때는 나를 업어다 주기도 했어요. 이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학교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을 겁니다."


  '학교의 기적' 뇌성마비 석현이, 전교 학생회장 되다 … 걷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오른손은 비틀어져 왼손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어 글을 쓰는 뇌성마비 고3 학생 이석현(19·가운데 휠체어 탄 학생) 군이 서울 상암고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를 딛고 국문학자의 꿈을 키워가는 이군, 이군을 돕고 회장으로 뽑아준 상암고 학생들 모두가‘멋진 승자’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이군은 "늘 도움만 받던 내가 이제는 도움을 줄 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몸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대신 머리를 써서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다리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너도 할 수 있다'며 담임 선생님에게 달려가 이군을 추천했고 후보로 세웠다. 친구들은 홍보용 포스터, 피켓 등을 제작할 뿐 아니라 이군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학교를 함께 돌며 '2번에게 한 표를'을 외쳤다.

이군은 학생 1000여명 가운데 60%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같은 반 이영호군은 "(석현이는) 몸이 불편한데도 포기를 모르고, 불평 없이 열심히 공부한다"며 "사회성이 좋아 친구들 얘기도 잘 들어줘서 압도적인 지지로 회장이 됐다"고 했다.

◇국문학 전공해 내 아픔 담은 책 쓸래요

이군은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성격도 활달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이군 마음에도 상처는 있었다. 이군의 어머니가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며 홀로 이군을 키웠다. 아버지처럼 의지하던 외할아버지마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나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휠체어를 탄 이석현군을 같은 반 친구들이 번쩍 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이군은 “늘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들의 도움이 없다면, 나는 학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장애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혼자 있을 때가 많죠. '내가 왜 태어났지. 차라리 손이 불편했더라면'이라고 한탄도 해요. 저도 괴로울 때면 '까짓것 가출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다리가 불편하니 엄두를 못 냈어요."

이군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건 지적 장애 학생들과 함께 장애 청소년 사물놀이패 '땀띠'를 조직해 꽹과리를 치면서부터다. 이군은 "마음의 장애를 안고 있던 친구들도 함께 사물놀이를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이군이 야무지게 말했다. "제 꿈은 두 개예요. 첫째는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해 국문학자로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저의 아픔을 담은 문학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땀띠'에서 경험한 걸 살려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겁니다."

◇장애·비장애 함께 어울리는 상암고

이군은 아침마다 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등교한다. 집 근처인 서대문구 홍제동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엘리베이터나 경사형 계단 같은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마포구에 있는 상암고를 선택했다. 6년 전 신설된 상암고는 장애 학생을 위해 특수 교육 시설 대부분을 1층에 배치했고, 엘리베이터를 두 개 설치했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이 소문을 듣고 상암고로 몰려들고 있고, 현재 장애 학생 35명이 이 학교에서 공부한다.

상암고 임동원 교장은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도 장애를 그 자체로 받아들일 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석현이가 학생회장이 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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